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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환상의 마로나 - 어느 유기견의 짧은 견생 이야기

by 솔랑주 2021.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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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마로나 (2019)
L'Extraordinaire Voyage de Marona
Marona's Fantastic Tale

 

 


여기는..
영점의 영점이다

무가 되는 순간

아스팔트 위의 얼룩

아름도 없고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는




로드킬을 당해 죽는 마로나가 견생을 돌아보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엄마는 길 가던 개였고 잡종이었다
모든 종이자 어떤 종도 아니다

 

 

아르헨티나 도고인 혈통견 아빠와 믹스견 엄마 사이에서 9번째로 태어난 막내 강아지 마로나



난 엄마의 철학을 물려받았다

사랑과 뼈다귀 앞에서는
어떤 종이든 평등하다

난 눈먼 사랑의 살아있는 증거다


따뜻하게 핥아주던 엄마의 품도 잠시, 마로나는 아빠의 집으로 보내지고

 

아빠집의 주인은 얼마 후 마로나를 도시의 쓰레기통에 버린다

 

 


첫번째 주인
곡예사 마놀


길거리 공연을 하며 살아가는 곡예사 마놀
바에서 취해 있는데 바텐더가 비숑이라고 속여서 마로나를 팔게 된다
집에 데려온 마놀은 '아나'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나랑 살면 너도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가난요? 농담이죠?
이 정도만 있어도 난 제일가는 부자 개예요


뭘 가져 본 적이 없는데

나만의 보금자리와
나만의 이름과
나만의 마놀을 갖게 되다니

 

허름한 마놀의 다락방이 환상적인 우주로 변하는 마로나의 시점

 

마놀과 함께라면 최고로 행복했다


개에게 행복이란 인간의 행복과는 다르다
모든것이 그대로 인게 좋다

인간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한다
보금자리가 있어도 갖지 못한 것을 인간은 원한다

그들은 '꿈'이라지만 행복을 모르는 소리다

 

그러던 어느날, 마놀은 꿈같은 서커스 입단 제의를 받지만 개를 데려갈수 없는 조건이 있었다. 마로나를 버리고 서커스에 들어갈순 없다고 거절하지만..

 

괴로워 하는 마놀. 그걸 보고 슬퍼하는 마로나

 

그날밤 배운게 있다


매일 마지막인 것처럼 내 인간의 얼굴을 핥을 것
언젠가 정말 마지막이 될 것이므로

우리의 작은 집은 어딘가 달라졌다
새로운 냄새가 났다

나쁜 냄새 불행의 냄새

 

그에게 슬픈 냄새가 나는 건 싫었다

그곳을 나왔다

 

 

마로나가 처음으로 가졌던 마놀의 집에 있던 물건들 - 화분,잠자리,뼈다귀,모빌

 

끝없는 밤속으로 빠져들었다

잠에서 깨니 다시 혼자였다
그러니 자는게 나았다

 

첫 이별을 겪고 조금 성장하는 마로나

 

 

 


두번째 주인
건축업자 이스트반

 

최고로 아름다운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물론 마놀 다음 이지만



폐건물 쓰레기더미에 웅크리고 있던 마로나를 발견한 이스트반
그곳에서 공사를 하게된 건축업자로 공사하는 동안 돌봐주면서 '사라' 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공사가 끝나는날 이스트반은 마로나를 자기집이 아닌 어머니의 집에 맡긴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게 학대 당해서 마로나는 죽을뻔 하고

 

동물을 싫어하는 이스트반의 부인은 왠일로 키우자고 한다. 하지만 마로나는 냄새로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 인간은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걸

 

이스트반, 이스트반, 이스트반..
글자 하나하나 사랑한다

 

 

친구처럼 작은 품종견을 기르고 싶었던 이스트반의 부인은 곧 본색을 드러내고 마로나를 싫어한다

 

처음에는 벽장, 그 다음엔 계단에 가뒀다
그리고는 마당이었다

 

 

사랑한다면서 버리는 이스트반
결국 부인의 성화에 못이겨 이스트반은 밤중에 마로나와 놀아주다가 버리고 온다

 


시간이 흐르면 마지막의 냄새가 난다
그건 녹슨 냄새
썩은 낙엽 냄새다

 

마지막인것을 알고있는 마로나

마로나는 이번에도 자신이 아닌 이스트반을 걱정한다. 누가 같이 공놀이를 해줄까 하고 이별에 잘 대처하길 바라면서 버리는 주인을 원망하지 않는다

 

이스트반은 내 작은 행복상자로 들어왔다
짧고 강렬한 행복

영원히 잃어버린 행복

 

 

 


세번째 주인
어린소녀 솔랑주

 

유기견을 잡는 사람들에게 도망쳐 공원에서 몸을 쉬고 있던 마로나는 어린소녀 솔랑주를 만나게 된다

 

솔랑주는 반대하는 가족들을 겨우 설득 시키고 마로나 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드디어

 

아홉, 아나, 사라, 마로나...

뼈다귀보다 이름을 던져 주는 게 더 쉽다

 

공원에서 솔랑주와 신나게 노는 마로나

 

비관적 예측과는 달리 난 그 집에 머물게 되었다

첫눈에 날 싫어했던 할아버지와
지친 싱글맘인 엄마와

모든 것에 빨리 싫증내는 작은 소녀와 함께

 

 

무책임한 딸을 대신해서 출근전 바쁜시간에 산책시키는 솔랑주의 엄마

 

시간이 지나 솔랑주의 손에는 어느새 스마트폰이 들려있고 더 이상 마로나에게 관심이 없다
엄마가 화내면 그제서야 겨우 산책을 시킨다

 

개는 늘 오줌과 똥을 참아야만 한다

이 소녀는 어떻게 느낄까?
화장실 갈 때마다 누가 필요하다면 말이다

 

시간은 또 흘러 질풍노도의 시기가 된 솔랑주는 이제 할아버지의 말 따위엔 말대꾸를 하며 가볍게 무시한다.
할아버지의 건강이 안좋아지고 나서야 겨우 말을 듣는척만 할뿐

 

왠일로 산책을 시키나 했지만 솔랑주는 마로나를 공원에 묶어둔채 친구를 만나러 버스를 타고 가버린다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듯이 미친듯이 짖으며 버스를 따라가는 마로나

 

 

어린 솔랑주, 이스트반, 마놀, 엄마와 8마리의 형제들, 주마등 처럼 스쳐가는 행복한 기억들을 뒤로하고 마로나는 계속 달린다

 

 

 

 

버스에서 내리는 솔랑주 앞에 겨우 도착하지만, 뒤에 오던 차에 치어 죽는다

마로나의 짧은 견생은 이렇게 끝이 난다

 

 

 

 


이 예고편만 보면 마치 떠돌이 개가 여러 주인을 만나서 행복해지는 이야기 같지만 전혀 아니었다

시작부터 로드킬 이라니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도로위에 털이나 얼룩같은 흔적만 남는 로드킬 사체들을 분필자국 처럼 표현한걸 보고 시작부터 울지 않을수가 없었다.

제목이 '마로나' 여서 마지막에 마로나 이름을 주는 주인과 행복하게 끝나겠지 했는데 내 예상은 모두 완전히 틀렸다.
버려진 개를 쉽게 데려오고 쉽게 버리고 또 방치하는 씁쓸한 현실에 대한 만화일줄 생각도 못했는데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을 엔딩 크래딧에 흐르는 행복은 작은것 이라는 노래로 또 한번 심장을 후벼파면서 나를 위로해준다.
노견을 키우는 입장에서 그리고 이전에 키웠던 개들을 돌아보게 하는 고마운 영화였다
인간이 상처주고 버려도 늘 오늘이 마지막인것처럼 정성껏 핥아주는 우리 개들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걸작

 

피카소, 샤갈, 마티스의 그림같은 환상적인 작화에, 대사는 하나하나가 정말 시 같다. 가슴에 콱콱 박히는 그런 표현들은 어디서 온건지. 마로나가 주인과 행복할때 변하는 환상적인 배경들, 주인이 바뀔때마다 변하는 그림체들. 내용은 슬프고 비관적이지만 그림과 음악만은 정말 환상적이다. 분명 내용은 슬픈데 제목처럼 역설적으로 환상적인 내용으로 탄생시켰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갔을지, 요즘 같이 매끈한 3D 애니메이션만 나오는 세상에 손그림 이라니 .. 


OST 에 주인의 이름외에 유일하게 곡명에 등장한 이름이 바로 고양이 마르초펠 (곡예사도 있긴 하지만)
솔랑주네가 먼저 키우고 있던 숫고양이. 나중에 마로나와 잘 지내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실존하는 갈색 강아지 마로나


"최초의 아이디어는 2014년 구해낸 강아지 마로나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개와 함께 산책하던 중에 우연히 마로나를 만났다. 마로나는 지금도 살아 있다."

마로나는 실제로 감독이 임보해서 입양보낸 개라고 한다. 영화속에서 내내 갈색이라고 언급되는 바로 그 마로나는 실존견 이었다..!! 마로나가 자기한테 오기까지 어떤 사람을 거치고 어떤 삶을 살았을까 생각하면서 시작한 영화라고

 

 

<환상의 마로나> 안카 다미안 감독 인터뷰 - 반려견에게 '지금, 여기'에 충실한 삶의 자세 배웠다

사진제공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안카 다미안은 지금 유럽에서 주목해야 할 감독 중 한명이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연극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 촬영을 전공한 그는 2008년 장편 극영화

www.cine21.com

 

감독 - 안카 다미안
각본 - 앙헬 다미안

엄마가 감독하고 아들이 각본쓰고 멋지다

 

브레흐트 에번스 Brecht Evens

환상적인 작화는 벨기에 출신의 만화가/일러스트레이터가 맡았다
정말 한장면 한장면 어쩜 저걸 다 작업했을까
너무 대단하다 정말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다


귀랑 꼬리를 어쩜 저렇게 표현했는지 ㅠ 귀엽고 신기하다. 코는 하트로 바꾼게 훨씬 귀엽다
작업하는데 3년이 걸렸다고 한다 2D처럼 보이지만 역시 3D 작업도 있고

 

 

마로나의 목소리 - 리지 브로체르 Lizzie Brochere

침착하고 분위기 있고 때로는 냉소적인 목소리로 정말 잘 어울렸다

 

https://youtu.be/dJ6x1CdSAyc

영화의 테마곡 Happiness (Is A Small Thing)

가사는 루마니아 시인 엘레나 블라다레아누가 썼다. 나의 의도에 대한 긴 이야기를 나눴고, 얼마 뒤 그는 영화의 심장을 관통하는 이 간단하면서도 감동적인 시를 선물했다



 

미래에 저당 잡히거나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현재를 사는 것. 말로는 쉽지만 인간으로서 성취하긴 매우 어렵다. 하지만 개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들이 너무도 당연한 듯 ‘이곳과 지금’을 살아간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들은 나의 선생님이다. 개들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직접 몸으로 알려주기 위해 기꺼이 우리 곁에 머무는 게 아닐까 싶다.

안카 다미안 감독

 

 

 

[Review] 마로나가 들려주는 이야기, '환상의 마로나'

[Review] 마로나가 들려주는 이야기, '환상의 마로나'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 ART insight

www.artinsight.co.kr

 

 

리뷰 | ‘환상의 마로나’ 아름답고 거룩한 견생 이야기

“난 너와 함께라면 최고로 행복해”세상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떠돌이 개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유기견 보호소의 주눅든 강아지들이 어떤 시련과 고난을 거쳐 이곳까지 오게 됐

www.maxmovie.com

 

https://youtu.be/tQosvTNIE-U

https://youtu.be/2oiuhLkei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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